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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GQ 3월호 "유노윤호는 무슨 말을 했을까"




조재진이 유노윤호에게 묻다



우리 만나면, 차 마시고 밥 먹고 얘기하고 그게 전부인데, 남자들끼리 술 한잔 안 하느냐고 사람들이 묻잖아,너도 그런 질문 듣지?

난 다 똑같아. 만나면 일 이야기하고 미래 이야기하고, 나름 되게 진지한데 그걸 재미있게 봐주는 분도 있고,
귀엽게 봐주는 분도 있고, 멋있게 봐주는 분도 있고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패밀리'를 되게 중요시해요.
일단 내 사람이구나 하는 판단이 들면 그때부턴 일 얘기도 하고 미래 얘기도 하고 그렇게.


그런데 넌 왜 그렇게 바빠? 하는 일이 다르니까 이해하지 못하는게 있을수는 있지만, 너는 밤에도 바쁘고 심지어 새벽에도 바빠?

아, 미안, 형. 근데 형도 아다시피 내가 좀 꼼꼼한 스타일이잖아. 다음 스케줄에 대한 대비를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밤에 연습을 한다고 하는 게, 달리 연습만이 아니라 예를 들면 무작정 걷는 걸 좋아해. 변장하고 서울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면서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자신을 좀 혹사시키는 스타일 인데다 워낙 시간 개념이 없어서.
그런데 형은 꼭 내가 연습하느라 집중할 때만 전화하더라.


얼마 전에도 전화했더니 걷고 있다고 그랬지. 어딜 그렇게 걸어 다녀?

여기저기 가요. 그땐 노량진 걸어갈 때였나? 한번 갔던 곳은 안 가고 모르는 길을 걸어가는 게 좋아요.

그렇게 하면서 긴장을 푸는걸까?

남들이 아무리 잘했다고 칭찬해도 내가 내 자신을 봤을 때 별로일 때가 있어요.
그럼 그건 실은 남들도 별로라고 생각하는 경우라고 생각해.
노래든 연기든 내 자신이 100퍼센트 최선을 다했을 때 전달될 수 있을 거라는 걸 느껴.
감기가 심하게 걸렸는데 무대에 올라야 할 때, 살짝 '대충 출까?'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 30퍼센트의 감동은 날아간다는 걸 알아.


그런 '완벽주의' 때문에 주변에서 힘들어하지 않아?

형도 알겠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제가 어리버리하잖아요. 일할 때 잘못이 생기면 스스로 확실히 따지고 물어보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뭐 그냥, '혀엉~' 그렇게 돼요. 형은 처음 봤을 때부터 운동선수답게 듬직해 보였어. 그러면서도 뭐랄까 순수하달까?


그렇다 치고, 혼자 있으면 뭐 해? 일 말고.

글쎄, 10년 뒤 계획표 쓰기?

음...

아니면 무조건 친구들 만나요. 아까 말한 것처럼 혼자 걷기도 하고.
작년에 인터뷰할 때도 말했지만, 나는 '정윤호'를 잃고 싶지가 않은 거에요. 무대 위에서는 '내가 최고다, 난 누구한테도 질수 없는 최고다'라고
생각해야만 뭔가 할 수 있지만, 무대 내려와서는 그냥 평범하고 싶어. 이쪽 분야에서만 갇혀 살면 약간 세계관이 달라지더라고요.
저는 아직 일반인 친구가 많아요. 오히려 연예인 친구는 별로 없어. 그래서 뭐, 친구들이랑 같이 돌아다니면서 어머님들이 수산시장에서 어떻게 생선 고르고
가격 깍는지 구경하고 그래요. 그럴 때는 일부러 돈도 딱 3천원만 갖고 나가. 약해질까 봐.


언제 산에 한번 안 갈래? 청계산도 좋고 북한산도 좋고.

좋지. 산에 가잔 얘긴 옛날에도 했는데, 얘기만 했네.

네가 가장 싫어하는 건 뭐야?

음, 거짓말하는 사람. 거짓말.

스스로에게 싫어하는 건? 고치고 싶다거나 뭐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글쎄, 옷 입는 버릇? 너무 편하게 그냥 손에 걸리는 대로 입는 버릇을 고치고 싶어요. 가끔 매니저 형들이 옷 좀 잘 입으라고 하는데,
그런말 자체가 좀 싫기도 해요. 얼굴 관리도 해야 하고, 아, 손톱 관리하는 거 제일 싫어해요. 사실 오늘도 피부 받고 왔거든?
계속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는 게 힘들어. 그리고 물건 부순다고 자주 누명을 써요.


무슨 말이야?

멀쩡한 물건도 내가 만지면 부러지거나 깨지거나 뭐가 떨어지거나 막 그래. 내 의지가 아닌데 이게 그냥 부셔져.
그걸 해명하지 않고 그냥 누명을 쓰는 스타일이라 많이 혼나요.


주량은 어때? 왠지 셀 것 같은데.

주량이 센지 어떤지 잘 몰랐는데, 술 잘 마신다는 사람들이랑 마시면 다들 뻗어 있어. 난 몰랐거든?
솔직히 술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뭐랄까, 술 마시면 사람들이 좀 공격적이고 별것 아닌 일로 티격태격하는 것 같아서 평소엔 그냥
밥 먹으면서 얘기하는게 더 좋아요. 대신 마실 땐 확실히 마셔. 생일이라든가 그런 날 '윤호야, 너 오늘 술좀 마셔라' 그러면 아예 이만한
큰 그릇에 부어서 나 원샷 너 원샷.


거기서도 승부욕이 발동하는 건가?

승부욕은 아니고, 내가 '나 사랑하는 만큼 먹어' 그러면 다들 원샷을 해요. 반대로 스태프들이 이만한 대야에다 막 술을 담고
'우리 사랑하는 만큼 드세요'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 안 마시면 왠지 거짓말하는 것 같아서...


그런 거짓말은 해도 되는 거 아냐?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게 있다지만, 근데 좀 나는 거짓말이라는 것 자체가....뭔가 귀엽게 부풀릴 수는 있겠지만
거짓말은 내 인생관과 너무 안 맞아.


승부욕도 승부욕이지만 자신감 문제도 있지.

그저 많이 배우고 싶은 거야. 배우려면 제대로 배우자, 그런 거. 관심 있는 일을 잘하는 사람 있으면 무조건 붙잡고 늘어져요.
가르쳐달라, 한번 붙어보자, 붙어서 내가 지든 이기든 그 경험 속에서 내가 느끼는 게 있어. 그런 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싶어.
연예인이라서 자기 틀 안에 갇혀 사는 게 진짜 싫거든? 그래서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이랑 부딪치면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나더러 승부차기 같은 거 하자고 하지 마. 나 너랑 그런거 안 해.

예전에 화종이 형하고 농구 한 번 했는데, 나는 한 골밖에 못 넣고 완전히 크게 졌어요. 너무 화가 나서...

하하, 거 봐.

그렇다고 티를 내거나 그러진 않는데.

티가 왜 안 나.

그냥 '형 한 번만 더하자 응? 딱 한 번만' 그랬지.

아무튼 너랑 내기 비슷한 건 안 할거야. 네가 내기를 하자고 하면 그게 춤 같은 거겠냐? 축구로 하자고 그러겠지.

그렇지. 내가 잘하는 걸론 내기를 안 하지.

여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지만 네 눈빛엔 뭔가가 있어. 뭘 해도 될 놈이구나. 막상 얘기하니 좀 그렇네.

형은, 한다고 하면 확실히 하는 사람인거 같고, 하기 싫은 건 거부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

너는 좀 다른가?

하기 싫은 것도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 나는.

어디서 들은 얘긴데 진짜 친한 친구는 같은 방에서 아무 얘기를 안 해도 전혀 신경이 안 쓰이는 사이래. 나랑 둘이 있으면 어떨까?

글쎄.

난 엄청 불편할 것 같은데.

하하, 형이랑 만날 때 항상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같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근데 형이랑 둘이 있으면
왠지 형이 말이 많아질 거라는 느낌은 확실히 드는데?


음... 너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뭘까?

동물로 비유하면 표범이라고 생각해.

그럼 나는?

형은 호랑이 같긴 한데, 사실은 흑표범 종류가 아닐까.

비슷한데 좀 검은 건가?

비슷한데 좀 더 묵직한 거.

지금 이 순간 너의 꿈은 뭐야?

산을 오르다 보니 더 높은 산이 보여. 뭘하든 최선의 최선을 다 할 거고, 윤호라는 애는 항상 솔직하고 진실된 애라는 믿음을 주고 싶어.
그게 말처럼 쉽진 않지만 결국엔 그렇게 될 거예요.


10년 후 우리는 어떨까?

그런 생각 많이 하는데, 10년 뒤에도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이야기하고 그럴 것 같아. 와이프와 함께일 수도 있겠지.
우리가 화려한 스타일은 아니잖아? 이제 형한테 물어도 되나?





유노윤호가 조재진에게 묻다.



형이야말로 과묵한 거 콘셉트 아냐?

글쎄, 낯을 가리는 성격에 가깝지 않을까? 그리고 형인데 네 앞에서까지 귀여워서야 되겠어? 원하면 노래방 가서 보여줄게.

여자하고 같이 있을 때도 그래?

다 마찬가지야.

우리 둘만 같이 있었던 적은 없잖아. 둘만 있으면 어떨 것 같아?

완전 어색할 것 같은데? 남자 둘이서 뭘 할까? 술이라도 들어가면 몰라. 안 봐도 얼마나 어색할 지 상상이 간다.
그래도 진짜 친한 친구는 둘이 있어도 있는 듯 없는 듯하다는데,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잘은 몰라도 형은 분명히 말이 굉장히 많아질 것 같아.

그럴 리가 없을걸.

술 잘 마셔? 마시러 가자는 얘기는 아니고...

소주로 한 병 반 정도.

난 더 마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나하고 내기하면 진짜 져줄 거야?

당연하지.

축구를 해도?

그래. 난 피곤한 거 싫어. 알잖아.

그럼 언제 승부차기 내기 한번 하자. 난 내가 잘하는 걸로는 내기 안 해.

축구 내기는 재미없어. 노래로 하자.

하하. 그런데 나 처음 봤을 때 어땠어?

몰라서 물어? 예민하고 독해 보였어.

만나면 주로 일 얘기 하잖아. 그럴 때도 독하다고 생각하겠네.

응. 농담이야, 하하. 서로 바빠서 가끔 만나니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야.

다른 얘기 하고 싶은 적은 없었어?

당연히 하고 싶지. 너 소녀시대하고 친해?

그런 건 끝나고 둘이 있을 때 물어보고, 좀. 내가 좀 기가 세잖아. 피곤하다 싶을 때는 없었어?

그런 적 없어. 왜 그런 생각을 해? 하나도 안 피곤해. 너 애교도 많이 부리잖아.

이쪽 일에 진짜 관심 많아? 아니면 진짜 호기심이야?

당연히 관심 있지. 살면서 여러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한 거잖아.

팬들이 따라다니는 건 어때? 형은 왠지 피곤해할 것 같은데.

음... 좀 심하게 불편할 것 같긴 하다.

형은 하기 싫은 일도 잘해?

안 해. 못해. 그리고 거절해.

나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말할래?

대단한 놈.

그럼 형은?

행복한 놈.

내가 늘 10년 뒤 계획 짜고 그러잖아. 10년 뒤에 어떻게 되어 있을까?

넌 모르겠는데 형은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 거야.

대답이 다 왜 그렇게 짧아. 형은 비밀이 많아 보여. 굳이 캐고 싶진 않지만...그래도 하나만 말해봐.

난 비밀 같은 거 없어.


에디터/ 장우철, 문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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